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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이란?
광사넷  |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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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張壹淳, 1928~1994)은 강원도 원주를 근거지로 활동한 민주화운동과 협동조합운동, 그리고 생명운동의 선구자로서 그의 호 무위당(無爲堂)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생은 김영주 김지하 이우재 등 여러 인사들과 함께 강원도 일대에 46개의 신협을 설립했고 원주를 민주주의와 협동조합 운동의 메카로 성장시켰다.


1966년11월 원주신협 초대이사장 취임사에서 선생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그늘 밑에서 벗어나 힘 없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잘 살아보자"고 말하였는데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하는 마을공동체운동의 본질을 정확히 설파한 예언과도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또한 1983년에 생명사상을 바탕으로 한살림 생협을 설립한 국내 생협운동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엄혹한 탄압의 시기를 지나면서도 그에게 혁명은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보듬어 안는 것'임을 우리에게 가르쳤는데 이것만으로도 선생은 우리의 과거이지만 먼 미래에까지 가 닿아 있는 우리의 위대한 사상적 스승임을 보여준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생협운동이 퇴조기를 맞고 있어서 생협에서 새롭게 진화한 새로운 공동체 모델이 필요한 요즈음 선생의 생전의 사상과 실천운동의 족적은 우리에게 이정표이자 나침반이 되어 주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종류의 실험적 공동체들이 있으나 이들의 연원을 짚어 보면 으례 선생의 족적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선생은 국내 모든 공동체 운동의 깃발이자 운동의 프로토콜이다.


생협모델을 넘어 세상의 근본질서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미래사회의 원형을 발견하기 위해 광진공동체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전인미답의 길은 고독과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다행히 그 여정에 우리는 선생과 함께하고 있다. 매일 그에게 돌아가서 우리의 공동체적 사명과 지향을 조회하고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학사상과 두레 계 품앗이 등의 전통을 계승하여 협동조합 공동체를 삶에서 실천한 선생을 우리가 일상에서 모시는 일은 그래서 공동체운동의 역사적 정통성이자 우리됨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이태리 등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트에 장보러 가자고 할 때 흔히 "쿱 가자"고 말한다. 그것이 그들의 암호요 정체성이다. 미국인들은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을 자신들의 수도의 이름으로 삼았듯이 우리는 장일순을 우리 공동체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장보기'의 이름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선생이 말했듯이 돈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우리끼리 똘똘 뭉치는 일이다. 이것은 분배원리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인류역사상 이보다 더 큰 담론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모든 기여 있는 이들과 그들의 성과를 계승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제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대표의 위치에 선생과 생협이 있다. 우리 공동체는 생협의 성과를 계승하고 그 한계에 도전한다.


무한경쟁의 시장에 가는 것은 기존의 '장보기'에 맡겨두고 우리가 만드는 호혜시장에 가는 것은 '장일순'이라 하자. 공교롭게도 장일순은 '장터 한바퀴 돈다'는 의미도 있으므로 그의 이름으로 우리 공동체의 암호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는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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